1973년 오사카의 한 폐건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그리고 19년 동안 어둠 속을 걸어야 했던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과 잔혹한 운명.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레전드 미스터리 『백야행』을 생생한 낭독과 깊이 있는 해설로 만나보세요.
Intro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많은 명작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작품, 바로 『백야행』입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압도적인 몰입감과, 다 읽고 난 후 가슴 먹먹해지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죠.
평범한 삶을 빼앗긴 채 서로의 빛이 되어 태양 없는 백야(白夜)를 걸어야만 했던 소년 '기리하라 료지'와 소녀 '가라사와 유키호'.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인간의 어두운 심연과 비극적인 숙명을 완벽하게 그려냅니다. 방대한 서사와 치밀한 복선이 얽힌 이 대작을 박인곤 교수님과의 깊이 있는 해설, 그리고 몰입감 넘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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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1973년 오사카의 짓다 만 폐빌딩에서 전당포 주인 기리하라 요스케가 가슴에 칼이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유력한 용의자들이 선상에 오르지만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증명하며 사건은 결국 미궁에 빠지게 되죠. 당시 피해자의 아들이었던 초등학생 '료지'와 용의자 중 한 명이었던 여성의 딸 '유키호'는 이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유키호가 눈부신 미모와 재능으로 빛의 세계로 올라가는 동안, 그녀의 주변에서는 끔찍한 범죄와 비극이 끊이지 않습니다. 반면 료지는 어두운 뒷골목에서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현금 카드 위조 등을 일삼으며 철저히 그림자처럼 살아갑니다.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19년간 집요하게 추적하던 사사가키 형사는, 점차 이 모든 비극과 범죄의 중심에 두 사람이 공생하고 있음을 직감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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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가키 형사가 마침내 밝혀낸 진실은 참혹했습니다. 과거, 전당포 주인 요스케는 어린 유키호를 돈으로 샀던 아동 성착취범이었습니다. 그 끔찍한 현장을 배기관에 숨어 목격한 아들 료지가 유키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던 것입니다. 이후 료지는 유키호의 앞길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어둠 속에서 잔혹하게 처리하는 하얀 그림자가 되었고, 유키호는 료지의 희생을 딛고 자신의 왕국을 건설해 나갔습니다.
마침내 유키호의 부티크 오사카점 개업일. 경찰에 완전히 포위된 료지는 유키호를 지키고 모든 비밀을 안고 가기 위해, 19년 전 아버지를 찌르고 자신이 늘 소중하게 품고 다니던 가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료지를 내려다보며, 유키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한 뒤 하얀 그림자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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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쓰러져 있었어요. 그 바로 옆에 기리하라 료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는 큰 대자로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았어요. 형사가 다가가 그를 일으키려 했어요. (...) 기리하라의 가슴에 무언가 꽂혀 있었습니다. 피에 물들어 식별하기 어려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사사가키는 금방 알 수 있었어요. 기리하라 료지가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던 가위,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가위였어요. (...)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져서 사사가키는 고개를 들었다. 유키호가 서 있었다. 그녀가 눈처럼 하얀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남자가 누구냐고 사사가키가 묻자 유키호의 얼굴은 인형 마냥 표정이 없었다. 그런 얼굴로 그녀가 대답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 고개를 들어보니 유키호가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하얀 그림자처럼 보였다. 그녀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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