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幽霊) 소설 전문(全文)
에도가와 란포
"쓰지도 녀석, 드디어 죽었습니다요."
측근이 다소 의기양양한 얼굴로 이렇게 보고했을 때, 히라타 씨는 적잖이 놀랐다. 꽤 오래전부터 그가 병으로 자리에 누워 있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끈질기게 노리며 원수를 갚는 것(그 녀석이 제멋대로 그렇게 정한 것이지만)을 평생의 목적으로 삼았던 사내가, "그놈의 배때기에 이 단도를 푹 쑤셔 박기 전까지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쓰지도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는 것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정말인가?"
히라타 씨는 무심코 측근에게 되물었다.
"정말이고말고요, 제가 방금 그 녀석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것까지 똑똑히 보고 왔는걸요. 혹시나 해서 근처에서도 물어봤는데 역시나 사실이었습니다. 부자(父子) 단둘이 살다가 아버지가 죽었으니, 불쌍한 아들 녀석은 울상이 되어 관 곁을 따라가더군요. 아버지와 다르게 그 녀석은 겁쟁이니까요."
그 말을 듣자 히라타 씨는 맥이 탁 풀려버렸다. 저택 주위에 높은 콘크리트 담장을 두른 것도, 그 담장 위에 유리 조각을 꽂아둔 것도, 문간방을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월세로 순경 가족에게 빌려준 것도, 건장한 청년 두 명을 경호원으로 둔 것도, 밤은 물론이고 낮에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면 되도록 외출하지 않기로 한 것도, 만약 외출할 경우에는 반드시 경호원을 데리고 나갔던 것도, 이 모든 것이 오직 쓰지도 단 한 사람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히라타 씨는 당대에 지금의 큰 재산을 일궈낸 인물이니만큼, 때로는 꽤 죄가 될 만한 일도 해왔다. 그에게 깊은 원한을 품은 사람도 두세 명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신경 쓸 히라타 씨는 아니었지만, 저 반쯤 미쳐버린 쓰지도 노인만큼은 그로서도 정말 감당하기 벅찼던 것이다. 그 상대가 이제 죽어버렸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동시에 왠지 긴장이 풀려버린 듯한 허전함마저 느꼈다.
그다음 날, 히라타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쓰지도 가족이 살던 동네 근처로 가서 은밀히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 측근의 보고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안심한 그는 지금까지의 삼엄한 경계를 풀고 오랜만에 여유로운 기분을 만끽했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가족들은 평소 음침하던 히라타 씨가 갑자기 쾌활해져서 여태껏 들어본 적 없는 웃음소리까지 내는 것을 보고 적잖이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쾌활한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가족들은 이번에는 예전보다 훨씬 심해진 가장의 우울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쓰지도의 장례식이 끝나고 사흘 동안은 아무 일도 없었지만, 나흘째 되던 아침의 일이었다. 서재 의자에 기대어 무심코 그날 도착한 우편물을 살피던 히라타 씨는, 수많은 편지와 엽서 틈에 섞인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하고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글씨체는 꽤 흐트러져 있었지만 분명 낯익은 필적이었다.
이 편지는 내가 죽은 뒤에 네놈에게 도착하겠지. 네놈은 틀림없이 내가 죽었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고 있을 테지. 그리고 이제야 안심이라며 태평하게 굴고 있겠지. 하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내 육신은 죽었어도 내 영혼은 네놈을 끝장내기 전까지는 절대 죽지 않을 테니까. 네놈의 그 바보 같은 경비는 산 사람에게나 통하겠지. 확실히 나는 손발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철통같이 닫아걸어도 연기처럼 스르륵 빠져나갈 수 있는 영혼이라는 존재에게는, 네놈이 아무리 엄청난 부자라 한들 손쓸 도리가 없을 거다. 이보게, 나는 말이야, 옴짝달싹 못 할 큰 병에 걸려 누워 있는 동안 이렇게 맹세했다네. 이 세상에서 네놈을 끝장낼 수 없다면, 죽어서 원귀가 되어서라도 반드시 네놈을 저주해 죽여버리겠다고 말이야. 수십 일 동안 나는 잠자리에서 그 생각만 했다. 그 집념이 통하지 않을 리가 있겠나. 조심해라, 원귀의 저주라는 건 말이다, 산 사람의 힘보다 훨씬 더 무서운 법이니까.
필적이 흐트러진 데다 한자 외에는 전부 가타카나로 적혀 있어서 꽤 읽기 힘들었지만, 대략 위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쓰지도가 병상에서 신음하며 혼을 담아 쓴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뒤에 아들에게 우체통에 넣게 한 것이 분명했다.
"무슨 헛소리람. 이런 어린애 장난 같은 협박 문구에 내가 벌벌 떨 줄 아나 보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이, 병 때문에 노망이 나도 단단히 났군."
히라타 씨는 그 자리에서는 이 죽은 자의 협박장을 코웃음 치며 넘겨버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도무지 방어할 방법이 없다는 것, 상대가 어디서 어떤 식으로 공격해 올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적잖이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분 나쁜 망상에 시달리게 되었다. 불면증도 갈수록 심해졌다.
한편으로는 쓰지도 아들의 존재도 마음에 걸렸다. 그 애비와는 다르게 마음 약해 보이는 사내라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역시나 나를 노리고 있다면 큰일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즉시 예전에 쓰지도를 감시하게 하려고 고용했던 사내를 불러들여, 이번에는 아들 쪽을 감시하라고 명령했다.
그 후 몇 달 동안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히라타 씨의 신경과민과 불면증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우려했던 원귀의 저주 같은 것도 없었고 또 쓰지도 아들 쪽에서도 어떠한 불온한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조심성 많은 히라타 씨라 해도 점차 쓸데없는 기우가 바보같이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이었다.
히라타 씨는 드물게도 혼자 서재에 틀어박혀 무언가 글을 쓰고 있었다. 저택가인지라 아직 초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주위는 소름 끼치도록 쥐죽은 듯 고요했다. 이따금 개의 멀리 짖는 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오곤 했다.
"이게 왔습니다."
갑자기 비서가 들어와서 우편물 한 통을 그의 책상 모서리에 올려놓고는 말없이 나갔다.
그것은 한눈에 사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열흘쯤 전에 어느 회사의 창립 축하연이 열렸을 때, 발기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히라타 씨도 그중 한 명이었으니, 그것을 보내온 것이 틀림없었다.
히라타 씨는 그런 것에 별 흥미도 없었지만, 마침 글을 쓰느라 지쳐서 잠시 쉬고 싶던 참이었기에 바로 포장지를 뜯고 사진을 꺼내 보았다. 그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뭔가 더러운 것에라도 닿은 것처럼 책상 위로 휙 던져버렸다. 그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방 안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다.
잠시 후, 그의 손이 머뭇머뭇 방금 내던진 사진 쪽으로 뻗어 나갔다. 그러나 펼쳐서 힐끗 보고는 또다시 휙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두세 번 이 기묘한 행동을 반복한 뒤에야, 그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것은 결코 환영이 아니었다. 눈을 비벼보거나 사진 표면을 쓰다듬어 봐도 그곳에 있는 끔찍한 형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싹하고 차가운 기운이 그의 등줄기를 타고 기어올랐다. 그는 다짜고짜 그 사진을 갈기갈기 찢어 난로 속에 던져 넣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서재에서 도망쳤다.
마침내 두려워하던 것이 찾아온 것이다. 쓰지도의 집념 어린 원귀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곳에는, 일곱 명의 발기인들의 또렷한 모습 뒤편으로, 흐릿하게, 사진 표면을 거의 다 덮을 만큼 거대하게 쓰지도의 기분 나쁜 얼굴이 찍혀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안개 같은 얼굴 속에 새까만 두 눈이 히라타 씨 쪽을 원망스럽게 노려보고 있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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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타 씨는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마치 무언가에 겁먹은 어린아이처럼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날 밤새도록 덜덜 떨었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태양의 힘이란 참으로 위대해서 그는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렸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 리가 없어. 어젯밤엔 내 눈이 어떻게 됐던 거야."
억지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는 서재로 들어갔다. 유감스럽게도 사진은 타버려서 흔적조차 남지 않았지만, 그것이 꿈이 아니었다는 증거로 사진을 쌌던 포장지가 책상 위에 버젓이 남아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느 쪽이든 끔찍한 일이었다. 만약 그 사진에 정말로 쓰지도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면, 그것은 저 협박장 건도 있고 하니 이보다 소름 돋는 일은 없다. 세상에는 이치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법이다. 아니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사진이 히라타 씨의 눈에만 그렇게 보인 것이라 해도, 그것은 그것대로 결국 쓰지도의 저주에 걸려 정신이 이상해지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싶어 한층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삼 일 동안 히라타 씨는 다른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 채 오직 그 사진 생각만 했다.
혹시나 어쩌다가 같은 사진관에서 쓰지도가 사진을 찍은 적이 있어서, 그 원판과 이번 사진의 원판이 이중으로 인화된 것은 아닐까,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하며 일부러 사진관에 사람을 보내 조사하게 했지만, 물론 그런 실수가 있었을 리 만무했고 게다가 사진관 장부에는 쓰지도라는 이름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이다. 관계 맺고 있는 회사의 지배인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는 말에, 히라타 씨가 무심코 탁상 전화기의 수화기를 귀에 대자 그곳에서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우후후후후……."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바로 귓가에서 아주 큰 소리로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쪽에서 아무리 말을 걸어도 상대방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여보세요, 당신 ××군 아니오?"
히라타 씨가 화를 내며 이렇게 고함치자, 그 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우, 우, 우…… 하며 스르륵 먼 곳으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몇 번이십니까, 몇 번이십니까, 몇 번이십니까" 하는 교환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히라타 씨는 덜컥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한 곳만 빤히 응시했다. 그러는 동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귀에 익은 쓰지도 본인의 웃음소리가 아니었던가…… 히라타 씨는 그 탁상 전화기가 무슨 끔찍한 물건이라도 되는 양, 하지만 그것에서 눈을 떼지는 못한 채 뒷걸음질 치며 슬금슬금 그 방을 빠져나왔다.
히라타 씨의 불면증은 점점 심해졌다. 겨우 잠들었나 싶으면 갑자기 기분 나쁜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는 일도 잦았다. 가족들은 가장의 기묘한 상태에 적잖이 걱정했다. 그리고 의사에게 진찰받을 것을 끈질기게 권했다. 히라타 씨는 가능하다면, 마치 어린아이가 "무서워요" 하며 엄마에게 매달리듯 누군가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그리고 요즈음 겪고 있는 무섭고 두려운 일들을 죄다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렇게 체면을 구길 수는 없었기에 "아, 신경쇠약이겠지"라며 가족들 앞에서는 변명을 늘어놓고 의사의 진찰을 받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났다. 어느 날, 히라타 씨가 임원으로 있는 회사의 주주총회가 열렸고 그는 그 자리에서 잠시 보고를 해야 했다. 지난 반년 동안 회사의 영업 실적은 유례없는 호조를 보였고, 그 밖에 별달리 걱정할 만한 문제도 없었기에 그저 형식적인 보고 연설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는 100명 가까이 모인 주주들 앞에 서서, 이미 그런 일에는 이골이 나 있었으므로 아주 능숙한 태도와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런데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물론 그사이에도 청중인 주주들의 얼굴을 차례차례 훑어보고 있었는데, 문득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알아차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연설을 멈추고는, 사람들이 의아하게 여길 만큼 오랫동안 입을 다문 채 뻣뻣하게 서 있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주주들의 뒤편에서, 그 죽은 쓰지도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얼굴이 이쪽을 빤히 응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앞서 말씀드린 사정으로 인하여……."
히라타 씨는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듯 한층 목소리를 높여 연설을 계속하려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기운을 내보려 해도 그 기분 나쁜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는 점점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맥락도 횡설수설 꼬여갔다. 그러자 그 쓰지도와 꼭 닮은 얼굴이 히라타 씨의 당황한 꼴을 비웃기라도 하듯 갑자기 씨익 웃는 것이 아닌가!
히라타 씨는 어떻게 연설을 마쳤는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휙 인사를 하고 연단을 벗어나자마자,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든 말든 방의 출구 쪽으로 달려가 자신을 위협했던 그 얼굴의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런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다시 상석 쪽으로 돌아가 원래 위치와 가까운 곳에서 주주들의 얼굴을 한 사람 한 사람 다시 살펴봐도 쓰지도와 닮은 얼굴조차 찾아낼 수 없었다.
그 행사장의 대연회장은 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로운 어느 빌딩 안에 있었으므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우연히 청중 가운데 쓰지도와 닮은 인물이 있었고 히라타 씨가 찾았을 때는 이미 자리를 뜬 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그렇게 똑같이 생긴 얼굴이 있을까. 히라타 씨는 어떻게 고쳐 생각해 봐도 그것이 빈사 상태였던 쓰지도의 그 무서운 선언과 관계가 있는 것만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히라타 씨는 종종 쓰지도의 얼굴을 보았다. 어느 때는 극장 복도에서, 어느 때는 공원의 어스름 속에서, 어느 때는 여행지 도시의 번화한 거리에서, 심지어 어느 때는 자기 저택의 문 앞에서조차. 이 마지막 경우에는 히라타 씨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어느 늦은 밤, 밖에서 돌아온 그의 자동차가 막 문으로 들어서려던 참이었다. 문안에서 어떤 사람의 그림자가 스윽 나타나 자동차와 스쳐 지나갔는데, 스쳐 가는 순간, 참으로 찰나의 일이었다. 그 얼굴이 자동차 창문 너머로 휙 안을 들여다본 것이다.
그것은 역시 쓰지도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현관에 도착해 마중 나와 있던 비서나 가정부 등의 목소리를 듣고 겨우 기운을 차린 히라타 씨가 운전기사에게 찾아보라고 지시했을 때쯤에는 그림자는 이미 그 주변에서 보이지 않았다.
'혹시 쓰지도 녀석이 살아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이런 연극을 꾸며 나를 괴롭히려는 속셈이 아닐까?'
히라타 씨는 문득 그런 의심을 품어 보았다. 하지만 끊임없이 쓰지도의 아들을 감시하게 한 측근의 보고에 따르면 조금도 수상한 점이 없었다. 만약 쓰지도가 살아있다면 긴 시간 동안 한 번쯤은 아들을 찾아올 법도 한데, 그런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가장 이상한 것은 산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쪽의 행선지를 그렇게 잘 알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히라타 씨는 평소에도 비밀주의자여서 외출할 때 고용인은 물론 가족들에게조차 행선지를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그 얼굴이 그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그의 저택 문 앞에 잠복해 있다가 자동차의 뒤를 밟는 수밖에 없는데, 그 근처는 인적이 드문 곳이라 다른 자동차가 따라오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고 또 근처에 택시 승강장 같은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설마 걸어서 뒤를 밟았을 리도 없지 않은가. 어떻게 생각해 보아도 역시 이것은 원귀의 짓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내 착각일까."
하지만 설령 착각이라 해도 무서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는 끝없이 번민했다.
그런데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를 썩이던 중, 문득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이거라면 확실해.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
히라타 씨는 서둘러 서재로 들어가 펜을 들고, 쓰지도의 고향 동사무소 앞으로 그의 아들 이름을 대고 호적 등본 교부 신청서를 썼다. 만약 호적 등본에 쓰지도가 살아있는 것으로 남아 있다면 이제 된 거다. 제발 그러기를 히라타 씨는 기도했다.
며칠 뒤 동사무소에서 호적 등본이 도착했다. 하지만 히라타 씨를 절망하게 만든 것은, 그곳에 쓰지도의 이름 위로 붉은 줄이 십 자로 그어져 있고 상단에는 사망 연월일과 시간, 그리고 신고서를 접수한 날짜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요즘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죠? 어디 편찮으시기라도 한 거 아닙니까?"
히라타 씨를 만나는 사람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히라타 씨 자신도 왠지 부쩍 늙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머리의 흰머리도 한두 달 전과 비교하면 훨씬 늘어난 것 같았다.
"어떠세요, 어디 휴양지라도 다녀오시는 게."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보라는 말은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자, 가족들은 이번엔 그에게 요양을 권했다. 히라타 씨 자신도 문 앞에서 그 얼굴을 마주친 이후로는 저택에 있어도 안심이 되지 않아, 여행이라도 가서 기분 전환을 해볼까 하던 참이었기에 그 권유를 받아들여 당분간 따뜻한 해안가로 요양을 떠나기로 했다.
미리 단골 여관에 방을 잡아두라고 엽서를 보내거나 당장 필요한 물건을 준비시키고 동행할 사람을 고르는 일들이 히라타 씨를 오랜만에 밝은 기분으로 만들었다. 그는 약간 일부러 그런 것도 있었지만, 젊은이들이 유람이라도 갈 때처럼 들떠 있었다.
막상 해변에 도착해 보니 예상대로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다. 탁 트인 바닷가 풍경도 마음에 들었다. 순박하고 시원시원한 마을 사람들의 인심도 마음에 들었다. 여관방도 아늑했다. 그곳은 바닷가이긴 했지만 해수욕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온천 마을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는 온천욕을 하거나 따뜻한 해안을 산책하며 나날을 보냈다.
걱정했던 그 얼굴도 이 활기찬 장소에는 나타날 것 같지 않았다. 히라타 씨는 이제 인적 없는 해안을 산책할 때도 예전처럼 벌벌 떨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평소와 달리 조금 멀리까지 산책을 나갔다. 무심코 걷다 보니 어느새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주위의 넓은 백사장에는 인적도 없고, 철썩... 쏴아, 철썩... 쏴아 하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만이, 기분 탓인지 무슨 불길한 일을 예고라도 하듯 기분 나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숙소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꽤 먼 거리였다. 자칫하면 절반도 가기 전에 해가 완전히 져버릴지도 몰랐다. 그는 타박타박 땀을 흘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것처럼 들리는 자신의 발소리에 그는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곤 했다. 무언가 숨어 있을 것만 같은 소나무 가로수의 어둑어둑한 그림자도 신경 쓰였다.
얼마쯤 가다 보니 앞쪽의 나지막한 모래 언덕 너머로 언뜻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것이 히라타 씨를 조금 안심시켰다. 빨리 저 옆으로 가서 말이라도 걸면 이 묘한 기분이 나아지겠지 싶어, 그는 더욱 발걸음을 재촉해 그 그림자 쪽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한 남자였는데 이미 나이가 지긋해 보였으며 등 돌린 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은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깊이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 사람이 히라타 씨의 발소리를 눈치챘는지 깜짝 놀란 듯 갑자기 휙 이쪽을 돌아보았다. 잿빛 배경 속에 창백한 얼굴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앗!"
히라타 씨는 그것을 보자 짓눌린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다짜고짜 달리기 시작했다. 쉰 살이 넘은 그가 마치 달리기 경주를 하는 초등학생처럼 무작정 뛰었다.
뒤돌아본 것은, 이제 이곳에서는 안전하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바로 그 쓰지도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위험합니다!"
정신없이 달리던 히라타 씨가 무언가에 걸려 푹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한 청년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다치셨군요."
히라타 씨는 생손톱이 벗겨져 끙끙 앓고 있었다. 청년은 소매에서 꺼낸 새 손수건으로 솜씨 좋게 상처를 싸매어 주었고, 극도의 공포와 상처의 고통으로 이제 한 발짝도 걷지 못할 만큼 쇠약해진 히라타 씨를 거의 부축하다시피 하여 그의 숙소로 데려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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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앓아눕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 히라타 씨는 다음 날이 되자 비교적 건강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발의 통증 때문에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식사 등은 평소처럼 했다.
마침 아침 식사를 마쳤을 때쯤, 어제 신세를 졌던 청년이 병문안을 왔다. 그 역시 같은 숙소에 묵고 있었던 것이다. 위로의 말과 감사의 인사가 점차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넘어갔다. 히라타 씨는 그런 상황에서 말동무가 필요하기도 했고 고마운 마음도 있어서 평소와 다르게 쾌활하게 입을 열었다.
함께 있던 히라타 씨의 고용인이 자리를 비우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청년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는 선생님이 이곳에 처음 오셨을 때부터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뭔가 사정이 있으시죠. 제게 말씀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히라타 씨는 적잖이 놀랐다. 이 초면의 청년이 도대체 무엇을 안다는 것인가. 그렇다 쳐도 너무 무례한 질문이 아닌가.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쓰지도의 원귀에 대해 남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창피해서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청년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당연히 사실을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잠시 문답을 주고받는 사이, 참으로 그 얼마나 신기한 화술이었던가. 청년은 마치 마법사처럼 그토록 입이 무겁던 히라타 씨의 입을 식은 죽 먹기로 열게 해버린 것이다. 히라타 씨가 살짝 말실수를 한 것이 실마리가 되었다. 만약 상대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쉽게 얼버무릴 수 있었겠지만 청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에서도 보기 드문 교묘함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끌어냈다. 한편으로는 어젯밤 그 무서운 사건을 겪은 다음 날 아침이었던 탓도 있겠지만, 히라타 씨는 마치 자유를 잃은 사람처럼 말을 돌리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쓰지도의 원귀에 관한 모든 사실을 남김없이 털어놓고 만 것이다.
듣고 싶은 만큼 다 듣고 나자, 이번에 청년은 이야기를 끌어낼 때 못지않은 참으로 교묘한 화술로 다른 일상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가 오래 머문 것을 사과하며 방을 나갔을 때, 히라타 씨는 억지로 비밀을 털어놓게 된 것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청년이 왠지 듬직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후 열흘 정도는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갔다. 히라타 씨는 이제 이 고장에도 정나미가 떨어졌지만 아직 발의 상처가 아프기도 했고, 무리해서 귀경하여 썰렁한 저택으로 돌아가느니 활기찬 여관 생활이 좀 더 편할 것 같아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 새로 알게 된 청년이 꽤 재미있는 말동무라는 점도 그를 붙잡아 두는 데 한몫했다.
그 청년이 오늘도 그의 방을 찾아왔다. 그리고 갑자기 묘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제 어딜 가셔도 안심하셔도 됩니다. 유령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순간 히라타 씨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당황했다. 그의 어리둥절한 표정에는 정곡을 찔린 사람의 불쾌함이 섞여 있었다.
"불쑥 말씀드려 놀라신 것도 당연합니다만, 결코 농담이 아닙니다. 유령은 이미 사로잡았습니다. 이것을 보시죠."
청년은 한 손에 쥔 전보 한 통을 펼쳐 히라타 씨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짐작하신 대로 일체 자백함 본인 처분 지시 바람』
"이건 도쿄에 있는 제 친구가 보낸 것인데, 이 '일체 자백함'이라는 것은 쓰지도의 유령, 아니 유령이 아니라 살아있는 쓰지도가 자백했다는 뜻입니다."
찰나의 순간, 판단을 내릴 겨를도 없이 히라타 씨는 그저 어안이 벙벙해서 청년의 얼굴과 전보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사실 저는 이런 일들을 찾아다니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무언가 은밀한 사건, 기괴한 사건을 찾아내어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제 취미죠."
청년은 싱글벙글 웃으며 아주 태연하게 설명했다.
"요전 날 선생님께 그 괴담을 들었을 때도 제 버릇이 발동해서, 여기에는 뭔가 속임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뵙자니 선생님은 스스로 유령을 만들어낼 만큼 그렇게 약한 신경의 소유자가 아닌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셨을지 몰라도 유령이 나타나는 장소가 묘하게 제한되어 있지 않습니까. 확실히 여행지까지 따라오는 걸 보면 언뜻 어디에나 자유자재로 나타나는 것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거의 실외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설령 실내인 경우가 있다 해도 극장 복도나 빌딩 안 등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장소에 국한되어 있죠. 진짜 유령이라면 뭣 하러 불편하게 밖에서만 모습을 드러내겠습니까, 선생님 댁에 나타나도 좋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댁에서는 어땠냐 하면, 그 사진과 전화를 제외하고는 이 역시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문 앞에서 잠깐 얼굴을 비춘 게 다입니다. 그런 점은 유령의 본질에 조금 어긋나지 않나요? 그래서 저는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약간 번거로운 점이 있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유령을 산 채로 포획하고 말았죠."
히라타 씨는 그 말을 듣고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도 한때 혹시나 쓰지도가 살아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여 호적 등본까지 떼어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절망했었다. 도대체 이 청년은 어떤 방법으로 이렇게 쉽게 유령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었단 말인가.
"아유, 참으로 간단한 속임수입니다. 그게 바로 알아채기 어려웠던 건 수법이 너무 지나치게 간단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그럴싸한 장례식에는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속아 넘어갈 만하죠. 번역 탐정 소설도 아니고 설마 도쿄 한복판에서 그런 연극이 벌어지리라고는 쉽게 상상하기 힘드니까요. 그리고 쓰지도가 끈질기게 아들과의 왕래를 끊고 있었던 것, 이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다른 범죄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상대를 속이는 비결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세상의 평범한 인지상정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인간이란 놈은 으레 자신의 처지에 빗대어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이라, 그 결과 한 번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좀처럼 실수를 깨닫지 못하는 법이죠. 게다가 유령을 등장시키는 절차도 훌륭했습니다. 요전 날 선생님도 말씀하셨듯이, 그렇게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 누구라도 기분이 나빠지게 마련이니까요. 거기다 호적 등본까지, 꽤 도구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습니까."
"그겁니다. 만약 쓰지도가 살아있다고 한다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첫째는 그 이상한 사진입니다만 이건 뭐 제가 잘못 본 거라 쳐도, 방금 말씀하신 행선지를 안다는 것, 그리고 호적 등본입니다. 설마 호적 등본에 오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 않습니까."
어느새 청년의 이야기에 빠져든 히라타 씨는 무심코 이렇게 물었다.
"저도 주로 그 세 가지 점을 생각했습니다. 이런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사실들을 합리화할 방법이 없을까 하고 말이죠. 그리고 결국 이 전혀 다른 세 가지 사건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입니다만. 하지만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는 매우 중요하죠. 그것은 모두 우편물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진은 우편으로 온 거죠? 호적 등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외출하시는 장소 역시 매일 주고받는 편지와 관련이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이제 감이 오시는 모양이군요. 쓰지도는 선생님 댁 근처 우체국의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었던 겁니다. 물론 변장은 했겠지만요. 여태껏 안 들키고 있었던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댁으로 오는 우편물도, 댁에서 나가는 우편물도 전부 그가 보았을 게 틀림없습니다. 식은 죽 먹기죠. 봉투의 밀봉된 부분에 증기를 쐬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게 뜯을 수 있으니까, 사진이나 등본은 이런 식으로 그가 조작한 겁니다. 선생님의 행선지도 이런저런 편지를 보다 보면 자연히 알 수 있을 테니, 우체국 비번인 날이든 핑계를 대고 결근을 하든 해서 선생님 행선지에 먼저 가서 유령 노릇을 했던 거겠죠."
"하지만 사진 쪽은 공을 좀 들이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 쳐도, 호적 등본 같은 걸 그렇게 금방 위조할 수 있을까요?"
"위조가 아닙니다. 그저 호적 공무원의 필적을 흉내 내어 살짝 덧붙여 쓰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등본 종이에 쓰인 글씨를 지우는 건 어렵겠지만 덧붙여 쓰는 건 아주 쉽죠. 빈틈없을 것 같은 관공서 서류에도 종종 허점이 있는 법입니다. 이상한 말입니다만, 호적 등본에는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힘은 없습니다. 호주는 안 되지만 그 외의 사람이라면 그저 이름 위에 붉은 줄을 긋고 상단에 사망 신고를 접수했다는 사실만 기재하면, 살아있는 사람이라도 죽은 사람이 되는 거니까요. 누구라도 관공서 서류라고 하면 맹목적으로 믿어버리는 버릇이 있어서 좀처럼 눈치채지 못합니다. 저는 그날 선생님께 들은 쓰지도의 본적지로 호적 등본을 한 통 더 보내달라고 편지를 보냈고, 도착한 것을 보니 제 예상대로였습니다. 이겁니다."
청년은 이렇게 말하며 품에서 호적 등본 한 통을 꺼내 히라타 씨 앞에 내려놓았다. 거기에는 호주 란에 쓰지도의 아들이, 그리고 다음 란에 당사자인 쓰지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사망을 위장하기 전에 이미 은거 상태(가독 상속)였던 것이다. 보니 이름 위에 붉은 줄도 그어져 있지 않았고, 상단에는 은거 신고를 접수했다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 '사망'의 사(死) 자도 보이지 않았다.
실업가 히라타 씨의 교우록에 아마추어 탐정 아케치 고고로의 이름이 추가된 것은 이런 연유에서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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